유익한 이야기

최진사의 혹 이야기

低山 2018. 4. 30. 02:31



   최진사의 혹 이야기

 

 

  옛날 옛날 그리 멀지않은 구한말 시대,

 

  산 높고 물 맑은 산자수명의 어느 고을 아랫마을에

 

  호랑이라고 소문이 난 최진사 양반이 살았드랫습니다.

 

 

  아따 최진사 그 양반 성미가 불같아 호랑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알고보면 인물과 풍채가 출중하고 글 솜씨 또한 훌륭하며,

 

  인심까지 후하고, 부지런하여 가세가 날로 번창했습니다.

 

 

  최진사 그 양반 복도 많아 여우같은 마누라 사이 슬하에

 

  토끼같은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두고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았는데,

 

  그 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뻐 최진사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위로 장남과 딸 둘을 줄줄이 좋은 배필을 맺어 시집 장가 보내니

 

  귀여운 아들손자 딸손녀가 많이 태어나 최진사가 기뻐하며

 

  끝으로 남은 셋째 딸을 어디로 시집보낼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봄 어느 화창한 날에 건너마을에 사는 칠복이란 놈이

 

  난데없이 찿아와 넓죽 절하며 셋째따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그 용기가 가상하고 평소에도 성실하게 봐 온터라 껄껄껄 웃으며 허락했습니다.

 

 

  혼인 날은 추수가 끝난 가을 길일을 택하여 식을 올리기로 양가 어른들이 정하고

 

  모든 준비와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어 가던 혼인식을 며칠 앞둔 어느날 아침,

 

  잠을 깬 최진사의 오른쪽 턱밑에 애호박만한 혹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호사다마’라 하고,’시집가는 날에 등창난다.’란 말은 익히 들어본 최진사지만 딸 시집

 

  보내는 날 며칠전에 신부 아버지인 자기 자신의 한쪽 턱에 묵직한 혹이 달려 얼마전에

 

  대청마루에 사다 걸은 괘종시계의 6시 5분전의 모습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시계 부랄처럼 왔다 갔다하며 안절부절하는 바깥양반의 모양을 보다 못하여 조신하다고

 

  소문난 안방마님께서 나서서 이웃마을의 쪽집게 부채도사, 백리밖 신내린 박수무당,

 

  용하다는 한의원 등 백방으로 알아 보았으나 그 혹을 떼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혹을 떼려고 섣불리 칼을 댓다가는 흐르는 피가 멈추지 않아 죽게되고 피를 흘리지

 

  않고 감쪽같이 떼어내는 의술은 100여년 후에 ’레이저’라는 것을 사용하여야 가능하며,

 

  지금 혹을 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자는 도깨비밖엔 없다는게 알아본 결과 였습니다.

 

 

  평상시 도깨비의 도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던 심약한 최진사 그 양반이었지만 도깨비만이

 

  자신의 혹을 떼어 줄 수 있다는 마누라의 말을 전해 듣고는 혹없는 모습으로 딸 혼인식을

 

  무사히 치뤄야겠다는 일념에서 용기를 내어 도깨비굴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멀리 검게 보이는 험하고 깊은 산 속에 도깨비 소굴이 있으며 혹을 붙이는 능력은 보통

 

  도깨비들도 갖고 있으나 뗄 수 있는 능력은 도깨비 중에서도 왕도깨비만이 갖고 있다하여

 

  최진사는 평소 가볼 엄두도 못내던 검은 산을 천신만고 헤맨끝에 도깨비굴에 도착했습니다.

 

 

  최진사가 벌벌 떨고 더듬거리며 하는 자초지종을 다 듣고난 후 왕도깨비가 버럭 화를

 

  내며 " 이놈 듣거라! 우리 도깨비들은 머리에 커다란 뿔을 양쪽에 두개씩 달고도 멀쩡히

 

  살고 있지 않느냐? 너도 혹 하나로는 불편할테니 왼쪽 턱밑에 하나 더 달아 주겠노라."

 

 

  "최진사가 도깨비굴로 혹떼러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이고 왔다." 더라 하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지자 여기서 수근, 저기서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며 서로 엇갈리는

 

  반응들이 있었는데 대충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으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 첫번 째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반응으로 ’조금 안됐다.’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느날 갑자기 최진사의 오른쪽 턱에 애호박만한 혹이 달렸던지 왼편 턱에

            

                    하나 더 달렸던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말없이 자기 생업에 열심인 사람.

 

 

  그 두번 째로,  마치 자기 일같이 걱정하며 최진사를 따뜻이 위로하고

 

                    혹 하나 더 달아준 ’왕도깨비의 처사’를 조금 너무하다 생각은 하지만

 

                    도깨비가 무서워 내색하지는 않고, 혼인이 무사히 치뤄지기를 바라는 사람.

 

 

  그 세번 째로,  최진사 그 양반 인물 좋아, 허우대 멀쩡해, 마누라 조신해, 아들 딸 손자

              

                      손녀 많아, 서화에 능해, 인심좋아, 재산많아 아부 잘 하는것 외에는 어느것

             

                      한가진들 자기보다 못한 것이 없어 최진사에게 제일 많이 얻어 먹으면서도    

             

                      배가 아파 눈에 가시같이 여기던 차에 잘됬다고 고소해 하며 좋아하는 놈.

 

 

  정작 최진사 그 양반 본인은 어떠했는가 하면, 혹이 달린 처음에는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한테 무슨 죄가 많아서 이런 시련을 주시나."하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혹 하나 더

 

  붙여준 왕도깨비의 처사를 "지가 왕도깨비라면 불쌍한 백성의 혹을 한번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면 어디가 덧나나?  하긴 지가 사람이 아니니까."하고 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후 화를 삭이고 마음을 다스린 후 "혹이 난데는 나한테도 무슨 잘못이

 

  있을거야. 왕 도깨비님이 혹하나 더 붙여 주시니 무게 중심이 맞아 내 모습이 6시 정각이

 

  되었네. 이 세상에 양쪽 턱밑에 혹 두개 달린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드디어 혼인식 날이 다가 왔습니다. 최진사는 비단 주머니를 예쁘게 만들어 양쪽 턱에 난  

 

  혹에다 잘 씌우고 관운장 수염같이 미려한 턱수염으로 적당히 가리니 누가 보아도 훌륭한

 

  모습으로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히 셋째달 혼인식을 치루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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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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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사댁 셋째딸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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