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이야기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低山 2013. 12. 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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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2003. 8. 30

 

얼마 전 까지 ’폭탄 돌리기’ 라는 TV 오락 게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심지에 불이 붙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서로 돌려가며 노래도 하고,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폭탄은 터지고 폭탄을 들고 있던 출연자는 벌칙을 받게 됩니다.

출연자들은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폭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하지만 게임에 참여한 누군가는 폭탄세례를 받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당할 수 밖에 없는 폭탄 돌리기 게임을 보며 시청자들은 즐거워합니다.

 

오락 프로에서 폭탄이 터지면 깜짝 놀라거나, 연기를 뒤집어쓰는 정도이지만 폭탄 돌리기가 현실에서 진행이 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근래에 들어 부동산, 증권, 채권 등 투기의 거품을 남에게 떠 넘겨 손해를 보게 하고, 온갖 범죄의 덤터기를 타인에게 뒤집어씌우는 ’폭탄 돌리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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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회전반이 정지했을 때 주사위가 어느 눈금 위에 멎느냐에 돈을 거는 도박의 일종인 룰렛(roulette)은 ’돌아가는 작은 바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由來)했습니다. 16세기 말경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남부 유럽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미국 네바다주(州)의 라스베이거스, 중국의 포르투칼령(領) 마카오 등지의 도박장(카지노)에서 성행(盛行)하고 있으며, 특히 모나코 공국(公國)의 모든 경비를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 수익으로 충당(充當)하고 있다하여 유명합니다.

 

룰렛에서 기원(起源)한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은 회전식 6연발(리볼버) 권총에 총알 한 발을 잰 다음, 몇사람이 차례로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죽음을 담보(擔保)로 돈을 거는 게임입니다. 19세기말 러시아 귀족들간에 성행한 러시안 룰렛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목숨을 거는 일생일대(一生一代)의 大도박이었습니다. 이것은 당시 전제정치(專制政治) 下에서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던 지배층들의 퇴영적(退嬰的) 분위기를 반영(反影)했다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월남전을 소재로 한 반전영화(反戰映畵) 디어 헌터(The Dear Hunter)에서 포로가 된 미군들끼리 러시안 룰렛 게임을 벌이게 하는 베트콩의 잔인한 고문(拷問) 장면이 상영(上映)된 이후로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몇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러시안 룰렛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술에 만취(滿醉)한 한 경찰관과 그의 정보원이 역시 술 취한 다른 두 사람의 동료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을 벌여 경찰관이 죽은 사건입니다.

 

* * * *

 

저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漫然)한 ’폭탄 돌리기’와 결코 모방(模倣)해서 안될 ’러시안 룰렛’을 통하여 몇 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먼 저, 부동산이건, 증권이건, 채권이건 투기적(投機的) 수요(需要)는 영원히 계속

될 수 없고, 투기의 거품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자신은 거품이 빠지기 전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착각(錯覺)

하고 ’폭탄 돌리기’에 뛰어 들었다가 상투 끝을 잡고, 막차를 타서 패가망신

(敗家亡身)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대형범죄(大形犯罪) 사건의 덤터기를 남에게 덮어

씌워 희생양(犧牲羊)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자기 스스로 총대를 메어

우두머리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아보려는 짓도 좋지않지만, 작은

일상생활(日常生活)에서 솔선수범(率先垂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밑에 사람에게 싫은 일을 떠 넘기는 것 또한 나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더 나쁜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가 똑똑해서라고 잘 못 생각

하고 으시대는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 몇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저질러진 ’러시안 룰렛’으로 인(因)하여 경찰

관 한 명은 죽고, 구경했던 두 명의 경찰관은 무죄석방(無罪釋放)되고,

살아남은 당사자(當事者) 한 명에게는 중과실치사죄(重過失致死罪)로

판결(判決)이 나왔다고 합니다.

 

’러시안 룰렛’에서 진짜 총알이 튀어나와 사람이 죽을 확률(確率)은

이론상으로 6분의 1입니다. 나머지 6분의 5는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3자들이 볼 때는 살 확률이 높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게임당사자(當事者)들에게는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사느냐 죽느냐’

2분의 1, 즉 죽을 확률 50%의 피를 말리는 극한(極限)의 게임인

것입니다. 법(法)을 떠나서, 잘 잘못을 떠나서, 이런 게임은 절대로

흉내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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