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이야기

요지경(瑤池鏡)

低山 2020. 11. 27. 18:24

 

 복마전(伏魔殿), 판도라의 상자

 

 

2003. 3. 6

 

 

서울 중앙에 위치하면서 103만 평방m의 산지(山地)가 공원으로 지정된 남산(南山)은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수목이 숲을 이루고 있고, 대도시 도심부임에도 꿩을 비롯한 각종 산새, 다람쥐 등 산짐승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으며 산꼭대기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진 서울 시가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남산공원 전체가 일부도로와 산책로만 빼고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고 터널도 3개나 뚤려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0년대 초반 만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當時)에는 산이 넓고 숲이 우거져 있으며 도심가까이 위치하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으니, 어려웠던 그 시절 마땅한 데이트 장소가 없던 청춘 남녀의 밀회장소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남대문, 퇴계로, 장충단공원, 이태원, 후암동 등 여러 곳으로부터 산꼭대기에 이르는 산책로가 있었고, 어둑어둑 할 때쯤 산책로를 벗어나면 어김없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별난 사람도 많아 자기가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도 남들이 진하게 사랑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자들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을 우리말로는 ’샛군’ 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피핑 톰(Peeping Tom) 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남산에는 ’샛군’이 하도 많아 가끔 단속 경찰에 잡혀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되고, ’선데이 서울’ 등 주간지의 단골 메뉴가 되기도 하였답니다. ’피핑 톰(Peeping Tom)’ 이란 말이 생긴 유래를 알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중세 영국의 한 봉건 영주가 주민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거두려 하자, 아내인 고다이다 부인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합니다. 그러자 남편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감면하겠다." 고 제안을 합니다. 부인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그 날, 아무도 길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고 부인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돕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정성에 감동하여 근신(?)하고 있는데, 톰이란 사람이 문틈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톰의 눈이 멀어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훔쳐보는 톰(피핑 톰)’ 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60년대 초반, 산책로를 따라 남산 꼭대기로 오르다 보면 자리를 잡고 앉아 김밥 등 먹을 것과 사이다 등 마실 것을 파는 아주머니들, 돋보기를 들고 손금과 점을 봐 주는 초로(初老)의 아저씨들, 장기판이나 화투, 주사위를 이용하여 어리숙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야바위꾼 패거리들을 만나게 되는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볼 수 없는 잊혀진 사업을 하는 분들이 있었으니 돈을 받고 요지경(瑤池鏡)을 보여주는 아저씨들입니다.

 

요지경이란 것은 큰 상자 앞면에 확대경을 달고 그 안에 여러 그림을 넣어서 들여다보게 한 장치로서 극(劇)과 같이 줄거리가 있는 여러 장면의 그림이나 여러 곳의 풍경화를 설명하면서 그림이 차례로 나타나게 되어 있으며, 영화가 나오기 전에 유행하였습니다. 신선(神仙)이 산다는 구슬 연못에서 유래하며,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세상은 요지경’ 이라는 말을 낳게 하였습니다.

 

 

* * * *

 

 

보지말라 하면 더 보고싶고, 하지말라 하면 더 하고싶고, 먹지말라 하면 더 먹고싶고, 마시지 말라 하면 더 마시고싶고, 피우지말라 하면 더 피우고싶고, 때리지말라 하면 더 때리고싶고, 씹지말라 하면 더 씹고싶고, 쓰지말라 하면 더 쓰고싶고, 가지말라 하면 더 가고싶고, 듣지말라 하면 더 듣고싶고, 말하지말라고 하면 더 입이 근질거려 못견디는 것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고 싶은 것은 눈이 머는 한이 있더라도 꼭 보아야 할만큼 인간의 호기심은 강하고, 세상은 점점 더 요지경 속이 되어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세대(3, 40년)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육안(肉眼)에 의존한 ’생 비디오’와 요지경, 영화로 밖에 보고싶은 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지만, 세상이 복잡해 지고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신식 요지경이라 할 수있는 텔레비젼, 인터넷을 통하여 보기 싫어도 아니볼 수 없는 ’요지경 세상’이 되었습니다.

 

 

* * * *

 

 

19세기말 영화가 발명되어 최초로 상영되었을 때, 극장 앞은 ’신기한 발명’을 보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습니다. 영화가 그토록 빨리 대중에게 받아 들여졌을 뿐만아니라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는 이유를 가장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관음증(觀淫症)’이라 불리우는 ’시각적 호기심’이 있다는데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각적 호기심에 대하여 전해 내려오는 가장 확실하고 좋은 예가 동서양(東西洋)에 한가지씩 있으니, 동양의 ’복마전(伏魔殿)’과 서양의 ’판도라의 상자’가 그 것입니다. 다 아시는 이야기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간략하게 복마전과 판도라의 상자에 대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복마전(伏魔殿)’이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입니다. 옛날 중국의 홍신(洪信)이라는 사람이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있는 전각을 보았습니다. 안내인이 함부로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하자 더욱 호기심이 발동한 홍신이 문을 열어보니 신전 한복판에 석비(石碑)가 있어 이것도 파내자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마왕(魔王) 108명이 나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지를 보통 복마전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판도라의 상자’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은 인간들에게 주는 신들의 선물이다. 그러나 판도라야 ! 이 뚜껑을 절대 네 손으로 열면 안된다." 제우스 신(神)은 그렇게 말하고 예쁜 여신(女神) 판도라에게 상자 하나를 건네주며 땅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땅에 내려온 판도라는 상자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판도라는 상자를 꺼내 살며시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순간 ’펑’하며 상자 안에서 여러가지가 쏟아져 나와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신들이 인간들에게 준 좋은 것(아름다운 작은 새), 나쁜 것(질병과 재앙, 슬픔, 괴로움, 아픔, 등)들이 모두 하늘 저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판도라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급히 상자뚜껑을 닫았으나 헛일이었습니다. 판도라는 슬피 울면서 상자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 날라 가고 텅빈 줄로만 알았던 상자 안에 아주 조그만 것이 꼼지락 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판도라는 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상자 바닥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놀랍게도 ’희망’이었습니다.

 

 

- 끝 -

 

 

 

 

 

 

이미지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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