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희귀동물 이야기

사자의 갈기와 사슴의 뿔

低山 2019. 10. 21. 08:15



사자의 갈기와 사슴의 뿔  

                                                         .


봄이 되면 사슴 숫놈들은 겨우내 머리에 무겁게 얹고 다니던 나뭇가지 모양의 단단한 각질(角質)의 뿔(녹각, 鹿角)이 떨어져 나가고, 떨어진 자리가 아문 후에는 새로운 뿔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쯤이면 날씨도 따뜻해지고 대지 위에는 영양 많은 풀들이 파릇파릇 새 싹을 틔우고,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도 물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암놈 사슴들도 작년 가을에 수태한 뱃속의 새끼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기 위하여 싱싱한 풀과 나뭇잎을 듬뿍 먹고 양지바른 곳에 골라 누워 느긋하게 되새김질을 합니다. 숫놈들은 뿔이 다자라서 굳기 전까지는 뿔을 키우고, 행여나 다칠세라 새로 자라 올라오는 뿔(녹용.鹿茸)을 애지중지 아끼기에, 성질도 온순해져 암놈들은 아무 방해받지 않고 먹이가 풍부한 이 시기에 새끼를 낳고 기릅니다.


그러다가 새로 태어난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숫놈들의 뿔이 다 자라 굳기 시작할 초가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숫놈들의 각질(角質)이 된 뿔에는 아직 벗겨지지 않은 육질(肉質)의 녹용껍질이 너덜거리고, 숫놈들은 마치 근질거려 죽겠다는 듯 뿔을 나뭇가지나 땅바닥에 비벼댑니다. 그 뿐 아니라 누구 뿔이 더 크게 자랐나 비교해 보는 양 고개를 쳐들고 과시를 하고, 마침내는 서로의 뿔을 부딪쳐 각축전(角逐戰)을 벌이게 됩니다.


이때쯤이면 봄에 태어난 새끼들도 많이 자라 젖을 떼고 풀과 나뭇잎을 먹기 시작한지가 꽤 여러 날 되었습니다. 암놈들에게는 새로운 새끼를 수태할 준비, 발정(發情)이 다시 찾아옵니다. 이때부터는 숫놈들의 ‘너죽고 나살자’식의 치열한 뿔싸움이 벌어집니다. 토나멘트와 리그전을 합한 싸움에서 1등을 한 단 한 마리의 숫놈만이 수 십마리의 암놈들과 신방(新房)을 차릴 수 있고, 자신의 유전자(遺傳子)를 후세(後世)에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구보니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호랑이, 늑대 등 포식(捕食) 동물의 표적(標的)이 될 수도 있는 숫놈 사슴의 뿔이 암놈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2차 성징(性徵)이 되고, 숫놈들 간의 힘의 우위(優位)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尺度)와 무기(武器)가 되고, 궁극적(窮極的)으로는 건강한 우성(優性)의 유전자(遺傳子)를 후세에 전한다는 섭리(攝理)에 부합(符合)한다고 보겠습니다.



* * * * *

 

 

숫놈 사슴에게 뿔이 있다면 숫놈 사자에겐 갈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사슴의 뿔은 무겁고 거추장스럽긴 해도 유용성(有用性)을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점이 있지만, 사자의 갈기엔 그것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아직까지 그 어느 곳에도 사자의 갈기가 왜 있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하여 밝혀내지 못하였습니다.


고양이과 동물 중 숫놈 사자들만이 갈기를 갖고 있습니다. 갈기를 휘날리는 숫놈 사자들의 위용(偉容)은 ‘백수(百獸)의 왕(王)’이라는 칭송(稱訟)에 걸 맞는 보기만 해도 멋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유용성(有用性)에 대하여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사자의 갈기는 무거워서 가뜩이나 상체(上體)가 발달하여 앞발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숫놈 사자들 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빨리 달릴 수 없어 무리의 사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최근에 사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하여 사자의 갈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하여 밝혀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선 실물 크기의 사자 인형을 여러 마리 만들었습니다. 갈기가 풍성하고 갈기 색(色)이 검으티티한 놈, 갈기가 풍성하지만 갈기 색(色)이 옅은 놈, 갈기가 빈약(貧弱)한 놈..등. 그걸 암놈 사자 무리 앞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벌려 놓았습니다.


암놈 사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암놈 사자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여러 마리의 숫놈 사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드니 모두가 한 마리 숫놈한테 다가가 호기심(好奇心)을 보이고, 몸을 비벼대고, 가볍게 물고, 갖은 교태(嬌態)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숫놈들에게는 아예 관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다른 연구 결과와 합(合)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結論)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양질(良質)의 먹이를 풍부(豊富)히 먹은 숫놈 사자의 갈기는 길고 그 색깔이 검으티티해 진다. 싸움에서 진 숫놈 사자의 갈기는 물어 뜯겨 남아나지 않는다. 따라서 잘 먹고, 싸움에서 이긴 숫놈 사자의 갈기가 길고 풍성하며 그 색깔이 거므티티하다.”


이걸 암놈 사자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차려 갈기가 길고 풍성하고, 색깔이 검으티티한 숫놈 사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도 건강한 우성(優性)의 유전자(遺傳子)를 받아들여 후세에 전한다는 섭리(攝理)에 부합(符合)한다고 보겠습니다. 그 유용성(有用性)에 있어서도 사슴의 뿔만큼이나 사자의 갈기도 못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 끝 -

 

 

 
 



 

  
 
 




 
 
 
이미지 출처 -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