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이야기

번개 + (천둥=우레) = 벼락

低山 2019. 7. 6. 20:06



번개 + (천둥=우레) = 벼락   

 

                                                     2004. 7. 30

 

우리 동네에 제가 가끔 들르는 PC방이 있는데 그 이름이 '번개 PC방' 입니다. 개를 한 마리 기르는데

 

그 이름이 '번개'인 털 색갈이 노리끼리한 발바리 잡종 숫놈 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디선가 번개

 

같이 나타나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새끼 때부터 길렀는데 지금은 일년쯤 되어 제법 의젓한 숫놈 티가

 

나게 성장했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인사만 하고 사라지던 놈이 요즈음엔 나만 가면 다리에 착 달라

 

붙어서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지않나 손이며 팔꿈치를 핥지않나 성가실정도로 난리 부르스를

 

죽입니다. "왜 그럴까 ?"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우리집 애완견 포치(암놈)의 냄새가 은연 중에 내 옷과 몸에

 

배어있어 번개가 냄새맡기에는 내가 암놈으로 판단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개는 사람보다 100만 배의

 

후각을 지녔다지 않습니까 ? 또 발정한 개(犬) 숫놈이 성숙한 개 암놈의 냄새를 맡고 난리를 치는 것은 

 

견지상정(犬之常情)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 그래서 저는 많이 귀찮치만 꾹 참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립니다.    

 

 

지금으로 부터 4~50년 전, 제가 초딩, 중딩이었을 때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하던 곳이 있었으니

 

만화가게가 바로 그 곳입니다. 그 때는 PC방은 꿈에서도 볼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만화가게 풍경을 

 

기억에서 되 살려 보면 이렇습니다. 만화가 걸려있는 문을 옆으로 열고 들어가면 10평 정도의 가게

 

한 가운데는 연탄 난로가 놓여있고 그 위의 큰 무쇠솥 뚜껑에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앞치마를 두른

 

주인 아줌마가 떡볶이와 오뎅을 뜨겁게 데우고 있었습니다. 벽 쪽에는 만화를 진열해 놓고 가게

 

바닥에는 나무로 만든 서너명 씩 않는 긴의자가  여러개 놓여 있었습니다. 한쪽 벽 모서리 높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물 흑백 TV가 자리잡고 있어 미8군 방송(AFKN)에서 방영하는 프로레스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수의 역도산, 철인 루테즈, 흡혈귀 브랏쉬, 인간산맥 맨 마운틴, 기교파 카펜티아,

 

관수 지르기의 미스타 모토, 반칙왕 그레이트 도고, 등 기라성 같은 프로 레슬러의 경기를 넋을 잃고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 프로 레스링만 재미 있었느냐 하면 그게 아니었습니다. 만화도 재미

 

있었습니다. 그 때의 만화가 선생님들로는 박기당,  김종래, 신동우, 신동헌, 추동성, 길창덕, 김용환,

 

김성환, 안의섭, 산호(김산호), 정운경, 박기정...등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만화는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재로 수십 편으로 이어졌습니다. 만화가들은 감질는 장면에서

 

끝나게 만들어 그 다음 편을 안 보고는 못 견디게 하였습니다. 저도 그 다음 편 보려고 미처 나오기도

 

며칠 전부터 만화가게에 가서 떡볶이 사 먹으며 코 묻은 돈을 많이 갖다 바쳤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가 신동우 화백의 검술 만화 '날쌘돌이' 시리즈 였는데, 주인공 날쌘돌이가 구사한

 

검법이 바로 '번개 검법' 이었습니다. 날쌘돌이가 구사하는 '번개검법'에 대하여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그 빠르기가 언제 칼을 뽑았는지 언제 공격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전광석화 같고 공격당한 부위에는

 

톱날(Z: 번개표)모양의 칼날에 의한 흔적이 남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교우님들과 가끔 들러 소주 한 잔하는 약간 큰 포장마차식의 술집이 있는데 그 집 이름이

 

"추억에 연탄불"입니다. 가 건물식의 단층집인데 가게 안에서도 먹는 손님들이 있지만 보통 가게 밖

 

마당에 드럼통으로 만든 테이블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셔야 제격입니다.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저녁 때 조금 늦게 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 다른 집(연탄불이 아님)으로 가던지

 

자리가 빌 때까지  남들 술마시는 것 구경하며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고기 냄새 맡으며 기다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님)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리가 나서 테이블에 앉으면 서빙하는 총각이 테이블

 

한 가운데 움푹한 곳에 연탄불을 갖다 넣고 석쇠를 올려 놓는데,  그냥 연탄불이 아니라  보통 연탄보다

 

두께가 얇고 불이 잘붙고 화력이 좋은 '번개탄' 이었던 것입니다. 

 

 

지금으로 부터 1~20년 전만 하드라도 석탄이 석유나 가스를 제끼고 난방이나 취사에 제일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때는 돈 잘벌고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기업들이 삼천리 산업,

 

대성산업, 삼표연탄, 등과 같이 석탄을 채굴하면서 연탄을 만드는 회사들이었으니까요...

 

어려웠던 시절, 가정살림에 있어서도 어느 집이 초 겨울에 김장을 몇 포기하고 연탄 몇 장을 들여

 

놓았느냐가 빈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데는 불편하거나 위험한 점이

 

몇가지 있 습니다. 연탄가스 중독에 의해 많은 아까운 생명들이 목숨을 잃거나 그 후유증으로 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 연탄은 운반이 불편하고,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고  제 시간에 갈아 준다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게가 많은 시장통에서는 연탄불을 피워 파는 직업도

 

생겼는데, 연탄 한 장에 100원이라면 잘 피워논 연 탄은 한 장에 1,000원 이었다니까요...

 

그래서 나온 것이 '번개탄'이었습니다. 불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연탄에 '번개탄'을 올려놓고

 

그 위에 새 연탄을 놓으면 신기하게도 연탄불이 피워졌습니다. 저도 번개탄을 처음 본 순간

 

"바로 이거다 !'하면서 감탄을 하고 좋아 했었다구요... 그랬던 '번개탄'이 지금은 고기 구워 먹는데

 

쓰이니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군요. 어쨌든 '번개탄' 위에서 석쇠에 올려 구워낸 돼지 목살,

 

쐬주 안주로는 끝내 줍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고딩 때와 달라지는게 많습니다. 대령에서 하늘의 별 따기라는 별을 달면(장군이

 

면) 대령 때와는 의전과 대우 등에서 수 십가지가 하늘과 땅만큼 달라진다는데, 거의 거기에

 

비견될 만큼 차이가 나는 점이 많아집니다. 우선 복장의 자율화와  이, 미용의 다양화. 부모님과

 

선생님의 간섭으로 부터의 해방, 마음만 먹으면 공부를 게을리 할 수있는 자유(특히 우리나라에서),

 

눈치 보지않고 술 담배를 먹고 마실수 있는 즐거움--- 등 등 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남녀

 

대학생들이 서로 사귀고 사랑할 수 있는 기쁨에는 견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남녀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가슴 설레이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미팅입니다. 미팅에는 서로 다른 대학

 

남녀 학생들이 복수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 대화도 나누고 게임도 하며 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정해 다음에도 만나 사귈 수있다는 깊는 뜻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대로

 

안되는 것입니다. 우선 얼굴 잘 생기고 몸매 잘 빠진 킹카, 퀸카는 그룹 미팅에는 아예 얼굴을 내밀지

 

않습니다. 또 복수의 남녀 학생들이 만났을 때 좋아하는 남녀 학생 두 사람씩 짝을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소개팅입니다. 소개팅이 뭔가하면 소개하는 학생이 있어

 

아예 남녀 1:1로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미팅보다는 계속 사귀다가 사랑에 빠질 확률이 비교적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미팅에서 유래한 이 소개라는 우리말에 붙어 소개팅이 되더니, 만난다,

 

이야기 한다, 즐긴다 라는 뜻의 말 뒤에 붙어 채팅, 눈팅, 정팅,  번개팅 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번개팅이란 주로 사이버 상에서 채팅이나 글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우리 한번 만나자"하고 의기가

 

투합하여 시도 때도 없이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그 신속함이 번개같다 하여 번개팅이라

 

이름붙었고 줄여서 번개라고 하며 발음이 변하여 벙개라고도 한답니다.  

 

 

다음으로 번개와 관련된 "신혼부부와 네 줄기"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자유게시판에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올리지 않겠습니다.

 

 

며칠 전, 비가 많이 오던 날에도 저는 우리동네 번개 PC방에 갔었습니다. PC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선가 번개(노리끼리한 발바리 잡종 숫놈)가 번개같이 나타나 꼬리를 있는대로

 

흔들며 제 바지가랑이에 착 달라 붙어 킁킁대고 냄새를 맡더니 기어 오르지를 않나 손을 핥지 않나 

 

또 난리 부르스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암만해도 번개의 코와 눈에는 제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우리집 애완견 포치(암놈)로 판단되는 모양입니다. 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도 번개의 애정공세는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밖에서도 굵은 빗줄기가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귀찮지만 다자란 숫놈 개의 견지상정(犬之常情)이겠거니 여기고서 꾹 참고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조용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왼쪽 옆을 내려다 보니 번개란

 

놈이 얌전하게 앉아서 애절하고도 그윽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내 애끓는 사랑을  받아줘" 라고 하듯이, "별 놈 다 보겠네"하면서 다시 자판을 두드려는데,

 

창밖에서 진짜 번갯불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우르르 쾅 쾅" 귓청을 찢는듯한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번개란 놈이 놀래서 혼비백산하는 모양은 가관이었습니다.

 

"낑"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꼬리를 감추고 카운터 책상 밑에 있는 제 집으로 뛰어 들어 머리를 처박고

 

숨소리 하나 못내면서 요지부동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하도 우스워서 바로 앞에 가서 "번개야 !"

 

"번개 !"하고 불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천둥 소리에 놀란 번개에게는 사랑도 소용없나 봅니다.

 

그래서 "천둥에 개 뛰어들 듯"이라는 속담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천둥을 우레라고도 합니다. 보통 우뢰라고 알고 쓰이지만 우레가 맞는 말입니다. 번개가 시각적으로

 

"번쩍"하고 느낄 수있는 것이라면, 천둥(우레)은 잠시 후 "우르르 쾅쾅" 하고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벼락을 맞다."라고 할 때의 벼락은 번개가 치는 같은 순간에 당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따진다면 벼락을 맞은 후에 천둥소리는 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번개와 천둥의 시차가

 

불과 몇 초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기에(실제로 피해를 주는 벼락은 더 가까운 곳의 번개에 의함) 

 

사람들이 벼락을 번개와 천둥을 합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천둥, 우레, 번개, 벼락의

 

관계를 간단한 등식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보았습니다.        번개 + (천둥=우레) = 벼락 

 


                                                    

                                                        - 끝 -

 

 




이미지 출처 - 인터넷




 
 

Before The Rain - Lee Os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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