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이야기

용의 눈동자 시리즈 (1) (2) (3) (4)

低山 2019. 3. 7. 14:47

   

 용의 눈동자 시리즈 (1) (2) (3) (4)

 


 1. 용의 눈동자, 뱀의 발가락


                          2001. 11. 23

 

 몇년전 인가 모 방송국 코메디 프로 중 형이 경영하는 ’원조 순대국 집’이 호황을 누리는 것을 본 동생 부부가 바로 옆에 ’원래 순대국 집’을 차려 놓고 형님네 식당 주방장에게 순대국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秘法, 신식 말로 노하우)을 알아 내려고 갖은 애를 쓰던 재미있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혼자 웃음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똑 같은 옷감이 유명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면 화려한 ’홧숀 쇼’를 빛내는 이브닝 드레스가 되는가 하면, 중 소 봉제공장을 거쳐 우리 서민들이 시장에서 적당한 값에 사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문자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도 구사하는 인물(作家)에 따라 세세 대대로 읽혀지는 불후(不朽)의 명작(名作)이 될 수 있으며, 당대에 반짝 하거나 세상의 분란만 일으키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같은 재료나 소재를 사용하여 무엇을 만들어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이유가 많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그 끝 마무리가 깔끔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글이나 그림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의 마무리에 관하여 용과 뱀을

대비(對比)한 화룡점정, 사족, 용두사미라는 고사성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백과사전(두산 세계 대백과)을 찾아 그 뜻을 알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룡점정 [畵龍點晴] :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일을 끝냄을 이르는 말. 무슨 일을 할 때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그 일이 완성되는 것이며

                      또한 일 자체가 돋보인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사족 [蛇足] :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일을 덧붙여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이르는 말. 원래 뱀[蛇]의 발이란 뜻으로 필요 없는 부분까지 그려

              넣는다는 말이다. 

"용두사미 [龍頭蛇尾] : 용 대가리에 뱀의 꼬리란 말로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함."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고사성어의 뜻을 확실히 알게 되니 앞으로 저도 글을 쓰거나 무슨 일을 할 때는 시작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용의 눈동자(龍睛)를 그리는 깔끔한 마무리를 하여야겠고, 뱀의 발가락(蛇足)을 그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끝>

 


사족(蛇足) 한 마디- 그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형이 경영하던 ’원조 순대국 집’의

                   순대국이 맛이 좋아 손님이 많고 번창한 비법은 주인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주방장이 주인을 골탕 먹이려고 주인 모르게 순대국 깊숙이

                   맛있는 고기를 듬뿍 넣는 ’깔끔한 마무리(?)’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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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 화룡점정


                                     2001. 11. 26

 

 제가 쓴글 중 바로 앞 글(26732)에서의 화룡점정(畵龍點睛, 용의 눈동자를 그리는 깔끔한 끝 마무리)의 예(본보기)를 이효석님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발견하고 이효석님과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소설의 끝 부분을 올립니다.

 

이효석

 "호 가산(可山). 강원 평창(平昌) 출생. 경성 제1고보를 거쳐 경성제대(京城帝大)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작가(同伴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 《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가 된 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화분》 외에도 《벽공무한(碧空無限)》 《창공(蒼空)》 등의 장편이 있으나 그의 재질은 단편에서 특히 두드러져 당시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단편작가로 평가되었다."----- 출처 [두산 세계 대백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1936년 《조광(朝光)》지에 발표.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재산마저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다. 그 허생원이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전편에 시적(詩的)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출처 [두산 세계 대백과]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끝부분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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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중섭의 그림 "소" - 화우점정


                              2001. 11. 27

 

 저는 제가 올린 바로 앞의 두 글 (26732, 26794) 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용의 눈을 그리는 깔끔한 끝마무리)이라는 고사성어의 의미와 그 예(본보기)로 이효석님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끝 부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중섭님의 그림  "소" 에서 화룡점정의 끝마무리를 발견하고 제나름대로 화우점정(畵牛點睛:소의 눈을 그리는 깔끔한 끝마무리)이 아닐까 생각하고 이중섭님과 님의 작품 "소" 에 대해서 올립니다.

 

이중섭 [ 李仲燮 ]

 "호 대향(大鄕). 평남 평양(平壤) 출생. 오산고보(五山高普) 졸업. 일본 도쿄문화학원[東京文化學院] 미술과 재학 중이던 1937년 일본의 전위적 미술단체의 자유미협전(自由美協展:제7회)에 출품하여 태양상(太陽賞)을 받고, 1939년 자유미술협회의 회원이 되었다. 1945년 귀국, 원산(元山)에서 일본 여자 이남덕(李南德:본명 山本方子)과 결혼하고 원산사범학교 교원으로 있다가 6·25전쟁 때 월남하여 종군화가 단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신사실파(新寫實派) 동인으로 참여했다. 부산·제주·통영 등지를 전전하며 재료가 없어 담뱃갑 은박지를 화폭 대신 쓰기도 했다.

 1952년 부인이 생활고로 두 아들과 함께 도일(渡日)하자, 부두노동을 하다가 정부의 환도(還都)와 함께 상경하여 1955년 미도파(美都波)화랑에서 단 한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후 일본에 보낸 처자에 대한 그리움과, 생활고가 겹쳐 정신분열병증세를 나타내기 시작, 1956년 적십자병원에서 간염으로 죽었다. 작풍(作風)은 포비슴(야수파)의 영향을 받았으며 향토적이며 개성적인 것으로서 한국 서구근대화의 화풍을 도입하는 데 공헌했다.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긁어서 그린 선화(線畵)는 표현의 새로운 영역의 탐구로 평가된다. 작품으로 《소》(뉴욕현대미술관 소장), 《흰 소》(홍익대학교 소장) 등이 있다." ----- 출처  [ 두산 세계 대백과.]

 

 이중섭님은 1916년 태어나서 1956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 했습니다. 님은 특히 황소를 많이 그렸는데 소 말고도 가족, 닭, 게, 물고기등을 그린 서정적, 격정적인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들 그림 중에서 님의 필력이 가장 잘 나타난 걸작들은 역시 황소 그림들입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유명한 화가가 용을 다 그린 후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자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고사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이 생겼듯이 이중섭님도 소를 다 그린 후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을 것입니다.

 이중섭님 그림에서 소는 시대 상황이나 님이 처한 환경, 건강에 따른 님의 화우점정(畵牛點睛)으로 한가로히 풀을 뜯는 목가적인 누렁소가 되고, 불타는 투혼의 싸움소가 되며, 절망으로 몸부림 치는 미친소가 되기도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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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효석과 이중섭의 닮은 점


                          2001. 12. 16

 

 

 저는 지난 11월 23일 26732의 글에서 "용의 눈동자, 뱀의 발가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같은 재료나 소재를 사용하여 무엇을 만들어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이유가 많겠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그 끝 마무리가 깔끔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화룡점정(畵龍點睛), 사족(蛇足),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세가지 고사성어의 뜻을 알아보고 용의 눈동자를 그리는 깔끔한 마무리의 예(본보기)로 26794와 26841의 글을 통하여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 이중섭의 그림 "소"를 소개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효석님과 이중섭님의 닮은 점을 생각해 보면서 "용의 눈동자" 시리즈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이효석님과 이중섭님은 다른 점도 있지만 닮은 점이 더 많습니다.

 

그 첫 째로,  두 분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기에 태어 나시어 교육을 받고 활동하시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분이 모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효석님은 경성제대(현 서울대학교)에서 이중섭님은 일본 유학을하여

            공부하고 조국에서 교편을 잡고 후진을 양성하며 당대에 천재성을 인정 받는

            어느모로는 행복한 분들이셨읍니다.

 

두번 째로,  두 분은 빼앗긴 조국에서, 동족상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기셨으며 그 작품들은 님들이 살아 계셨을 때 보다

           돌아가신 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끈질긴 목숨을 부지하면서 부도수표 남발하듯 작품을

           찍어내어 부(富)를 축적하고 노추(老醜)를 들어 내다가 세상을 뜨면 곧

           잊혀지거나 욕을 듣는 자칭 대가와 천재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습니다.

 

세번 째로,  두 분은 장르는 다르지만 다루셨던 소재나 작풍(作風)이 지극히 한국적이고

           소박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교감하는 향토색 짙은 작품들 이라는

           것입니다.두 분은 괜시리 어려운 주제나 정치적 이슈를 들고 나와 세상의 편을

           가르고 분란을 일으키며 읽는 사람이나 감상하는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고개를 갸웃둥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네번 째로,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무엇을 크게 떠벌였는데 실제 결과는

           작다는 뜻) 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언부언 횡설수설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자기가 그린

           그림이나 쓴 글에 대해 자화자찬(自畵自讚), 자필자찬(自筆自讚)하는 잘못을

           두 분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다섯번 째로,  두 분의 닮은 점 중에 가장 큰 것은 용의 눈동자를 그리는 끝 마무리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님들은 정곡(正鵠:과녁의 한 가운데)을 찌르므로써 글의

             변죽을 울리거나 그림의 개칠을 하지 않고 작품을 완성 했습니다.  아울러

             두 분의 끝 마무리에는 독자들이나 감상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조용히 즐기게하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용의 눈동자 시리즈 (1) (2) (3) (4) <끝>

 

 

 






이미지 출처 - 인터넷

 


  

 

 

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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